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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썅 다반사

MBC 스페셜 -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2009/04/12)


 그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불멸의 이순신"은 보지 못했다. 아니 가끔 지나가는 장면 몇개를 보거나 연예프로의 자료화면 등으로 구경은 해본듯 하다. "하얀 거탑" 역시 마찬가지다. 김명민 연기의 방점을 찍었다는, 일본판의 그것 과는 같은 원작이지만 별개의 드라마로 보일 정도로 "장준혁"이란 인물의 드라마였다지만 보지 못했다. 드라마 자체를 그닥 즐겨보지 않는 이유도 있고 뭔가 개인적인 마이너 성향 때문일지도 모르는 원인불명의 불치병 탓이다. 내가 아직 "터미네이터"란 시리즈를 단 한편도 안본것과 모종의 연관이 있는것 같기도 하다.

 확실히 나는 장혁, 공효진, 서신애, 신구 등이 나왔던 "고맙습니다" 같은 비교적 소품의 간결한 드라마가 좋다. 연기야 어찌되었건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마음도 가볍고 무리해서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는 엔딩씬 눈물 주루룩의 감동코드도 좋아한다. 이런 드라마는 한번 꼽히면 기필코 본방사수를 위해 노력한다.

 그런 내가 가장 먼저 본 김명민의 드라마는 다행히도 "베토벤 바이러스"였다. 대대적인 홍보도 없었고 우연히 채널을 틀다가 보게 된 이 드라마는 클래식은 전혀 관심도 없고 다만 "노다메 칸타빌레"라는 만화의 스토리가 언뜻 기억나게 해 준 덕에 나의 간택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헌데 드라마엔 김명민이 없었다. 오며가며 스치듯 보았지만 이순신도 장준혁도 강마에와 매치시키는데 실패하고 만것이다. 같은 사람이 연기한 케릭터들임에 분명하지만 김명민이라는 배우는 흔적을 찾기가 힘이 들었다. 아니 의식하지도 못했었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강마에의 케릭터가 너무나 강렬하여 김철민 정도나 기억이 날까 그 외의 케릭터들이 모두 겉돈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긴 했지만 그래도 그 하나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봤고 즐거웠다. 그렇다고 내가 그의 과거 드라마를 찾아 볼 정도로 근면하지 않은 관계로 김명민은 강마에. 그걸로 끝이였다. 더군다나 이후 개봉한 "무방비도시"라는 영화는 흥행까지 실패해서 김명민이라는 배우에 관한 관심은 거기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오늘 "배우" 김명민을 소재로 MBC 스폐셜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한번 그를 기억해 냈다. 그리고 시청했다. 새로이 영화를 찍고 있으며 "내사랑 내곁에" 라는 제목에 -김현식 옹이 생각난다.-죽어가는 루게릭 환자역을 맡았다는 이야기야 역시 오며가며 들은터라 내용이야 뻔하겠거니 했었다.

 하지만 병적일 정도의 아니 병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무식한 연기관에 놀랬다. 감독도 잡아내지 못한 디테일한 여러가지 설정이 연기자의 몫이라는 그의 말에 수많은 배우들이 욕을 내뱉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번듯한 외모의 발연기 전문 배우들에게는 그닥 큰 의미로 다가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내심 지가 배우고 연기 좀 한다 싶은 위치의 사람들은 뜨끔했으리라. 극중 케릭터가 죽어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도 점점 체중을 조절하여 몇주 만에 부쩍 헬쓱해진 모습이 낯설긴 해도 전혀 없는 경우는 아니리라. 하지만 극도로 예민해져서 약을 지어먹을 정도의 수준이라면야 참...

 그가 만약 "불멸의 이순신" 제의를 받지 못했다면 그는 아마 유학을 떠났을 것이고 어딘가에서 그의 말마따나 사업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기회를 잡았고 그 기회를 발판으로 제대로 날아 올랐다. 스타는 웬지 떨어질 것 같고 불안해서 싫다는 그의 인터뷰처럼 그는 천상 배우인 모양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한번 그의 호흡이 긴 드라마가 보고 싶다. 지금의 영화 촬영이 끝이나고 또 어떤 시나리오나 대본을 받아들게 될지 모르지만 여지껏 그의 선택이 즐겁게해 준 나를, 시청자 또는 관객들을 다시한번 몸살나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ps. 프로그램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 MBC가 재작년 연기대상 배용준 수상과 작년 송승헌과의 공동수상에 대한 미안함으로 기획한 것이 아닐까라고 혼자 속으로 눙쳐본다. 뭐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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