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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썅 다반사

헬기레펠, 공중강습... 탑승의 추억.

 본인 이기자 부대 수색대 출신이다. 현재의 내 몸뚱아리를 보면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곳에서 26개월 군생활을 했고 전역했다. 즐겨 찾아가는 "가츠의 군대이야기" 포스트 중 공중강습 上편 과 공중강습 中편을 보고 삘 받아 포스트를 작성한다.(근래 좌절모드라 포스팅 따위를 잊고 있었는데 가츠님 덕분에 다시 불끈!)

 수색대대는 사단 직할대다. 덕분에 사단의 이런저런 작업이나 행사, 타부대 훈련 지원을 자주 했다. 그 중에 가장 재미있는 것은 항공대의 공중강습 훈련 지원과 1년에 두차례 정도 했던 헬기 레펠 훈련이었다. 직접적인 "점프"야 공수부대가 아닌 관계로 해볼 수 없었지만 실제 헬기가 호버링 하는 가운데 줄타고 뛰어내리는(표현 참 저렴하다.) 레펠 훈련은 지상 모형 헬기 레펠과는 격이 달랐다. 하지만 보통 실전 훈련 그 이전에 충분한 지상 훈련을 받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아는 분은 아시리라, 직접 헬기를 타기 전까지 이루어지는 일련의 그 가혹한 지상 훈련을... 무려 이삼일의 지상 훈련을 받아야 실제 헬기타고 한번 뛰어 볼 수 있는 것이다. 끊임없는 PT와 지상 탑승 훈련, 정신이 혼미해 지는 순간까지 몸을 혹사 시킨다. 그리고 나서야 헬기가 날아 오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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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blog.naver.com/wkfyd0188

 보통 2대의 UH-1H 헬기가 오는데 재밌는건 이 헬기들이 기름이 떨어지면 바로 철수 해 버린다는 것이다. 덕분에 1,2,3, 본부까지 네개의 중대 중에 제대로 헬기레펠을 할 수 있는건 1, 2중대 전원과 3중대와 본부는 몇몇 이였다. 보통 병사들의 레펠이 시작되기전 짬밥이 되는 중대장이나 부소대장급에서 시범 레펠을 한다. 당시(1995년 경) 2중대장이 호리호리한 몸을 곧추 세우고 역레펠을 했는데 상당히 멋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끊임없이 연습했던 지상 탑승 훈련의 결과로 무난하게 헬기에 탑승을 하면 어느덧 헬기는 가볍게 떠올라 호버링을 시작한다. 보통 양쪽에 한명씩 서서 거의 동시에 후방 레펠을 하게 되는데 이때 또 출렁거림이 장난이 아니다. 호버링 하는 조종사들도 내심 이런 직접적인 훈련을 할 수 있어 내심 즐기기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레펠이야 부대 앞산에서 하니 훈련 이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공중강습. 그날도 날씨가 참 화창했다. 레펠과는 다르게 공중강습은 헬기를 타고 직접 이동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강도 높은 지상탑승 훈련을 받았더랬다. 수색대 훈련이 아닌 항공대의 훈련에 일종의 도우미로 참가하는 거라 쪽팔면 안된다고 참 호되게도 굴렸다. 그래도 헬기 한번 타고 날아 간다는데 그 정도 감당 못할까. '투타타타타타' 헬기가 대대 연병장에 내려 앉기 시작했다. 일단 완전 군장을 하고 탑승, 이동, 강습이 주된 흐름이였고 배우고 익힌대로(2만번은 한거 같다, 탑승훈련) 탑승을 하고 안전 벨트를 찾았다.

  헬기는 레펠때와 같은 U-1H, 레펠 훈련시와는 좀 다르게 좌석이 달려 있었고 가운데에는 항공대 소속의 기관총 사수가 멋진 헬멧을 쓰고 앉아 있었다. 더듬 더듬, 등에맨 군장으로 인해 내 몸은 앞으로 기울여져 있었고 문도 닫지 않은 헬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헉. 곧 떨어질 것 같이 위태롭게 앉아 애절한 눈빛으로 기관총 사수를 톡톡 치곤 눈빛으로 말했다. 어차피 날기 시작한 헬기 안에 앉아서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능 한 상황. 손으로 가슴팍을 가로지르는 시늉을 하며 안전벨트가 없음을 어필했다. 무심한 기관총 사수의 눈빛, 씨익 웃더니 내 손을 잡고 자신의 가랑이 사이 의자 밑으로 이끈다. 그리곤 손을 꾸욱 한번 쥐어준다. 꽉 잡으라는 이야기... 그렇게 허리가 부서질것같은 자세로 한 손에 목숨줄을 맡긴채 10여분을 날았다. 
 
이대로 죽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발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도 감상하지 못한채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가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산 꼭대기에 헬기장에 안착 하자마자 역시나 배우고 익힌대로 튀어나가 헬기장 주변의 사주경계(시늉)을 하곤 날아가는 헬기의 뒷통수에 '감자'를 먹여 주었다. 진짜 떨어질 것만 같았다니까! 
 
이제는 자대 복귀만 남은 상황, 산 꼭대기에서 수송용 육공트럭이 기다리고 있는 곳 까지 걸어걸어 내려온게 한시간 반, 육공트럭을 타고 자대까지 오는데 네시간 반.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날때는 신나게 10여분 날아가서 돌아올땐 도보와 차량이동을 포함해 여섯시간이라니.... 다행이 석식은 자대에서 해결하긴 했지만 다신 공중강습 훈련 따윈 지원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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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60 (출처-http://blog.naver.com/wkfyd0188)

 이후 헬기와 인연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강릉무장공비 사태'로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당시 강릉지역의 수색정찰, 매복시에는 차량 이동이 대다수 였는데 지역을 이동하면서 미시령, 오대산 등지 까지 가게 되자 공중 강습 임무가 떨어졌다. 실제로 'UH-60 Black Hwak'를 타고 특공대가 수색,정찰하며 고지점령 해 놓은 곳으로 임무교대를 하러 날아가게 된 것이다.
 훈련과는 다르게 실전 대침투 작전이다보니 긴장감은 두배. 거기다가 헬기레펠 하는 특전사 요원의 머리를 조준사격 해 살해했다는 공비의 흉흉한 뉴스까지 들리던 타이밍이였으니. 그래도 해야 할일은 해야지.

 결국 헬기를 타고 '머나먼 정글'의 그 멋진 모습을 연출해 볼까 하였으나 웬걸, 의자는 네개, 탑승인원은 여덟. 짬밥 안되는 네명은 바닥에 쪼그리고 찌그러져야 했고 그 중 하나가 나였다. 이윽고 헬기가 거점 확보된 헬기장 위에서 호버링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착륙을 하지 않는다. 승무원이 뭐라뭐라 외친다. "뛰어내려!" 이런 젠장, 지상 5~3미터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호버링 하는 헬기에서 뛰어내리라니... 우린 완전 군장이라고! 게다가 내 총은 무려 K-3. 욕이 저절로 나왔다. 하지만 별수 있나, 뛰라면 뛰어야지. 냅다 뛰어내리는 순간, 군장이 헬기 스키드(다리)에 걸리고 등받이가 붕 떠 머리위로 떨어졌다. 아코야.. 그래도 할건 해야지. 사주경계. 이 와중에 대대장은 다리를 삐고, 철수하는 특공대 아저씨들에 수고했다고 담배 몇갑을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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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47D "Chinook" 출처-http://blog.naver.com/wkfyd0188)

 두달여의 대침투 작전에서 건진건 전투식량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강화된 입맛과 무엇이라도 소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위장, 그리고 또 하나의 헬기 치누크 되겠다. 작전 이전에도 대대 연병장에 내려앉은 저 잠자리를 보긴 했었지만 타볼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강릉무장공비 사건'은 이토록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치누크는 블랙호크나 UH-1H보다 탑승이 간편하다. 영화에서 많이 보았겠지만 뒷문이 통째로 열리고 그냥 달려가서 타면 된다 내부도 나름 깔끔하고 앉아 있기도 다른 두 헬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안락(?)하다.

 누군가의 말대로 군대는 줄을 잘 서야 한다. 생각해보니 수색대대는 뺑뺑이가 아니라 차출이였고 지원이었다. 그럼 난 왜 거길 지원했던 것일까 곰곰해 생각해보니 당시 차출하러 왔던 선임하사(자대에 가니 우리 부소대장)가 키 175 이상 나와란 말에 순순히 따랐을 뿐이었다. 뭐 덕분에 헬기 삼종세트 다 타봤으니 손해 본 것은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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