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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썅 다반사

유희열의 스케치북




유희열?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남자라면 더더욱)이 더많으리라 예상되지만 또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나 자기영역이 확고한 뮤지션이다. 몇달만에 이하나가 하차하고 유희열이 새로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기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매끄러운 진행을 자랑하는 윤도현은 이제 잊혀지겠군" 이였다. 러브레터 말고 그 매끄러운 진행이란 말 자체가 말이다.

 그 옛날 신해철이 마왕이기 이전에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이였던 음악도시의 시장으로서 밤을 지배(?)하다가 대권을 넘겨준 이가 바로 유희열이다. 사실 TOY라는 그룹을 알긴 했지만 유희열이란 이름과 연결짓지 못했던 당시의 나는 그야말로 "누구?"라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당시의 20대, 현재의 30대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그 얼굴모를 사내의 입담은 그야말로 말빨 신해철을 능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런 기억을 바탕으로 이소라, 윤도현, 이하나를 이어온 차분(?)하고 수더분한(?) 진행은 이제 볼 수 없겠다 싶어서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비교적 어눌한 진행을 자랑했던 그 시간대의 KBS 대표적인 라이브 프로그램이 혀에 윤활유라도 친듯한 유희열을 만나 박장대소를 할 정도의 "매끄러운 진행"이 되어버린 것이다. 덕분에 실컷 웃고 좋은 노래도 들었지만 이 무엇인지 모를 아쉬움은 무엇일까?

 방청객들을 비출때 마다 절대 다수의 여성들로 이루어진 그들은 눈빛이 초롱초롱 빛이 났다. 과연 유희열... 이승환, 이소라, 언니네 이발관, 김장훈으로 이어진 1회 프리미엄 스폐셜(나름) 게스트들 역시 화려한 언변으로 유희열과 경쟁하듯 이야기를 나누었다.(언니네 이발관은 뺄까?) 이런 분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이하나의 어눌하고 어색한 진행이 마냥 보기 좋았던 것만은 아니지만 너무나 급반전 된 이 오래된 심야 라이브 음악 방송의 분위기가 조금은 불편했다.

 사실 유희열 본인도 알고 있지 않을까? 얼굴이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라디오에서 보여줬던 그 휘향찬란한 언변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 역시 "매끄러운" 그의 진행이 어색하진 않았을까? 그를 매주 금요일 밤 공중파 방송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환의 노래보다 이소라의 노랫말 보다 그들이 주고 받던 희멀건 말장난들이 더욱 큰 여운을 주는 것이 내심 못마땅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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