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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썅 다반사

담배, 끽연과 금연사이


 서른 중반의 노총각 백수가 담배를 끊어야 겠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을까?



 담배를 15년이 넘게 피웠던, 하루 최대 대여섯 갑까지 피웠댔던 골초가 잠시 담배를 끊어야 하는가에 관한 진지한 생각을 했다. 돈? 다행히 담배값 정도는 어찌해 볼 수 있는 정도다. 지금까지 담배를 피우면서 심각하게 금연을 생각한게 처음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 역시도 건강이 그런 생각을 부채질 했다. -아직 미혼이니 애때문에 금연한다는 생각은 할수도 없고- 부쩍 잇몸이 안좋아지고 있는 상태이다 보니 어제는 밥 알갱이를 씹는데도 잇몸이 아플 지경이었다. 인사돌이니 이가탄이니 하는 약들을 검색해 보고 풍치에 대해 여기저기 둘러보고 내린 결론이다. 그리곤 대충 24시간 정도를 참았다.

 인간이란......
 밤에야 자면 그만이니 그냥 지나갔고,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고 나니 먹고 나니 죽을 지경이다. 거기에 커피 한잔이면 숫제 정신이 멍해질 지경, 입이 궁금해 연신 물을 들이켜 보지만 잠시 그때 뿐, 결정타로 화장실에서의 한판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결국 지갑을 들고 터덜터덜 슈퍼로 행했다. 백수가 되고 나서 매일 담배 두갑씩을 사다가 오늘은 일부러 한갑만 사왔다. 그래야 조금 덜 피우고 점점 줄여서 끊기 참기위해 애써 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사들고 오자마자 내리 세까치의 담배를 피워 물고 나니 금연은 무슨 금연? 주말의 버라이어티들을 보고, 각종 블로그들을 넘나들며 어느덧 한갑을 다 피웠다. 여전히 잇몸은 붕 뜬 느낌인데 이걸 어쩐다, 결국 다시 슈퍼로 향해 담배를 한갑 더 사온다. 그리고 하는 포스팅.

전자 담배. 얼마전 니코틴을 함유한다는 이유로 나라에서 '담배'로 취급하기로 했다던 뉴스를 보았다. 같이 게임을 하는 모 영화감독님이 한동안 '전자담배' 이야기를 자주 하셔서 나도 마음 먹고 찾아보기도 했었는데 'made in china'라는 불안감을 차제하더라도 이게 과연 실효가 있을까 싶었는데 사용자들의 사용후기 등에는 제법 도움이 된다는 평이 많았다. 초기 구입비용이 만만치 않아 생각을 접기는 했지만 불현듯 지금에 와서야 한번 질러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전자댐배 이야기를 해 주셨던 모 영화감독님의 말로는 담배를 끊고 이 전자담배의 수집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도 생겨났다고 하던데 내가 그 꼴이 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근데 생각해 보니 난 그런 수집욕 따위는 전혀 없는 사람이다. 담배도 아직 88 피우고 있는데......


그럼 금연 결심을 하고 동네 보건소에 가면 나눠준다는 패치들은 어떨까? 간혹 멀미약을 가장한 금연용 패치를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과연 효과가 어떠할지 궁금하다. 찾아보니 캔디형도 나온 모양이다. 흔히 말하는 니코틴의 중독성을 서서히 줄여가면서 금연을 해야 성공하기 쉽다란 말이 대충 이해는 가는데 현실적으로 아직 아무런 시도를 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사실 이렇게 까지 해가면서 금연을 해야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지만 몸 축나고 후회하면서 담배며 술이며 죄다 끊고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 여럿 봐 왔던 터라 그 때가 오기전에 미리 몸을 좀 챙기고 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아버지도 근 30년동안 담배인삼공사의 우수고객 이셨는데 근 10여년 전에 금연에 성공하셨고, 나야 아직 아버지의 경력을 못따라 잡은 관계로 금연을 잠시 유보하고 있다면 욕 듣겠군. 암튼 이제 흡연 인구들의 설 자리도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 같고 정부는 담배인삼공사의 주수입원인 담배가 세계적인 금연 운동으로 적게 팔리기 시작하자 부가세를 올린다는 둥 헛짓거리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외국처럼 니들 담배 피고 이 지경 됐으니 돈 물어 내라 소송이라도 한번 걸어 볼까 하는 잡생각을 해 본다. 아 진짜, 담배 한번 끊어 참아 볼까?

-담배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은 없는게 맞을 겁니다. 죽을 때까지 참는 것일 뿐이라는게 더 정확할듯. 애초에 끽연의 길로 빠져든 시절을 생각해 보면 참 어이없긴 하지만 뭐 내가 싸 놓은 X, 내가 치워야 그게 '정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