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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온라인 게임 : MMORPG의 레이드(Raid)에 관한 단상.



raid

1 (점령할 목적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갑작스런) 습격, 급습, 기습;공습(=air raid) 《on, upon》
2 (경찰의) 현장 급습, 불시 단속, 일제 검거
3 (약탈 목적의) 침입;불법 침입
4 (권력자의)...
 네이버의 영한사전을 뒤지니 나오는 말이다. mmo 게임에서의 레이드는 3번 '약탈 목적의 침입;불법 침입'이 될 것이다. 레이드를 하는 게이머들은 지들끼리리 잘 살고 있는 NPC들의 세계로 난입하여 그들과 그들의 '대장'(네임드)을 패잡고 그들의 아이템들을 강탈한다. 말 그대로 약탈이다. 당하는 입장이라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불법 침입인 것이다.  현존하는 mmorpg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게임 - 한국을 떠나 세계까지 쳐도 -  은 당연히 'World of Warcraft'(이하 WOW)이다. 여지껏 수입되었던 패키지까지 망라한 수많은 외산 게임 중에서 현지화가 가장 잘 된 게임이기도 하다. 이 게임에는 '공격대'라는 것이 있다. 이 공격대의 의미는 까놓고 이야기 하면 '약탈대'다. 

 

 
 거슬러 올라가서 레이드란 개념이 처음 쓰인 게임을 찾아보자. Everquest(이하 EQ)라는 게임이 있다. 1999년 3월 16일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15개의 확장팩을 발표했으며 아직까지 현역인 게임이다. 국내에도 NC를 통해 2002년 7월 오픈베타, 상용화를 거쳐 런칭되었으며 상당히 매니악한 게임으로 평가를 받았었다. 2003년 수익성 악화를 이
유로 국내 서비스 종료하며 한국 서버는 사라졌다. 리니지와 리니지2처럼 Everquest2(이하 EQ2)라는 같은 세계관의 두번째 시리즈가 런칭 된 게임이기도 하다. 이 하드코어 - 비교하자면 WOW는 캐쥬얼 '한' 게임이다. - 한 게임은 게이머들 간의 커뮤니티가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였다. 실제로 한 명의 게이머가 혼자서 할 수 있는(솔로잉;soloing) 것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으며 이로 인해 나를 보호 해줄 친구(탱커;Tanker), 나를 치료 해줄 친구(힐러;Healer), 나를 도와 공격 해줄 친구(공격수;Dpser)들이 필요했다. 지금에 와서야 이런 공식이 상당히 보편적이지만 - WOW의 덕이다. - 당시만 해도 상당히 괴로운 시스템이였다. 일례로 단 한명의 퀘스트 완료를 위해 100여 명의 게이머들이 도와줘야 하는 퀘스트의 존재는 어찌보면 경악할 만한 수준이다. 이런 거부할 수 없는 활발한 커뮤니티가 게이머들 사이의 기본적인 룰이 암묵적으로 생기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런 시스템하에서 비매너 행위는 즉각적인 보복을 받는다. 소위 '왕따'. 아무도 그룹에 끼워주지 않으면 그 케릭터는 지우거나 봉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레이드로 돌아가보자. EQ의 수많은 불평부당한 시스템들은 게이머들이 스스로 게임 내에서 여러가지 룰을 만들어 가면서 극복하게 되는데 그 중 한 요소가 바로 레이드이다. 초기 EQ의 레이드는 6명의 파티가 여럿이 모인 단순한 다그룹 형태의 모습이었다. 인원 제한도 당연히 없었다. 게임의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게이머들의 필요에 의해 스스로 만들어진 룰이기 때문이다. 두번 째 확장팩 '쿠낙의 폐허;The Ruins of Kunark' 시절 까지만 해도
드래곤 한마리를 잡기 위해서는 길드 단위의 100여 명이 우루루 달려 가는 모습은 흔하디 흔한 일상이었다. 속칭 저글링 러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다. 이후 세번째 확장팩 '벨리어스의 상처;The Scar of Velious'에서 레이드의 모습은 완성 단계에 이른다. 이 때 등장한 드워프, 자이언트, 드래곤 의 세 종족과 서로서로 얽힌 관계(팩션;Faction-우호도)에 의해 약탈할 꺼리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몇 달은 드워프와 드래곤을 사냥하여 자이언트와 친해지고, 몇 달은 자이언트를 사냥하여 드워프와 친해지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소위 네임드라 일컫는 보스급 NPC들 중 몇몇은 '설마 잡히겠어?' 라고 만들어 놓은 경우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결국은 개발진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하에서 게이머들이 연구와 실험으로 이러한 NPC들을 공략하여 약탈하는 것이 바로 레이드의 진정한 의미였다. 물론 지금의 체계야 정해진 인원으로 특정 지어진 인스턴트 던전을 얼마만에 공략 완료 하느냐 하는 레이스의 묘미도 부가되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이전의 헤딩 레이드 - 공략법 없이 시도하여 공략법을 찾는 - 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결국은 재미의 문제이다. 블리자드는 WOW에서 기존의 EQ와 여타 게임들의 수많은 장점들을 제대로 취합하여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게이머들을 열광시켰다. 그 요소 중 레이드는 단지 하나의 갈래일 뿐이다. 거기에다 인공지능을 상대하는 PvE(Player versus Environment)는 의외로 사람을 지치게 하는 요소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공격대가 오늘도 인스턴트 던전의 문을 두두리는 것은 '즐거움' 바로 그것 때문이 아닐까?


*이미지 출처 : 1 - 직촬, 2,3 - Allakazam.com, 4 - worldofwarcraf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