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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한곡

조용필 - 바람이 전하는 말




 좀 의외의 곡일지도 모르지만 이번에 떠오른 추억의 노래는 조용필 옹의 8집 '허공'(1985.11.15 지구레코드)앨범의 3번 트랙에 실려 있는 곡 '바람이 전하는 말'이다. 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의 곡으로 같은 앨범의 '허공'이나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에 비해 비교적 덜 유명(?)한 곡이다. 사실 아시는 분은 다 아실만한 곡이리라. 일단 가사를 한번 보자.

- 바람이 전하는 말

내 영혼이 떠나간 뒤에 행복한 너는 나를 잊어도
어느 순간 홀로인 듯한 쓸쓸함이 찾아올거야
바람이 불어 오면 귀 기울여봐
작은 일에 행복하고 괴로워하며
고독한 순간들을 그렇게들 살다 갔느니
착한 당신 외로워도 바람 소리라 생각하지마

너의 시선 머무는 곳에 꽃씨 하나 심어놓으리
그 꽃나무 자라나서 바람에 꽃잎 날리면
쓸쓸한 너의 저녁 아름다울까
그 꽃잎 지고 나면 낙엽의 연기
타버린 그 재 속에 숨어있는 불씨의 추억
착한 당신 속상해도 인생이란 따뜻한거야

 
                                                                            양인자 작사(1985년 경)

 왜 이 곡이 기억에 남느냐 하면 고등학교 시절에 외던 한 편의 시 덕분이다. 고등학교 시절 서클로 문예부 활동을 했었는데 이 때 가입하자마자 외워야 했던 낭송용 시가 바로 그것이다.

- 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마종기 (1980년)

 선후야 분명히 마종기 시인의 시가 먼저인 것이 분명한 것 같고, 양인자 님의 작사는 이후에 이루어 진 것처럼 보인다. 언뜻 봐도 상당히 비슷하지 않은가? 표절이니 뭐니 하는 소리는 하지 않겠다. 안에 얽힌 이야기야 내가 잘 모르는 것이니 말이다. 그 시절 한 선배는 나즈막히 조용필의 노래를 부르고 한 선배는 마종기 시인의 시를 낭송하면서 '폼'을 잡던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벌써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시절의 추억이다.